요약
캐논이 ASML의 극자외선 독점에 맞서 내놓은 나노임프린트 장비는 가격과 전력 면에서 파격을 내세웠지만, 양산 도입 단계에서 먼지와 결함을 넘지 못해 무산된 과정을 정리합니다. 노광 기술의 역사, 도장 방식의 원리, 수율과 총비용 계산, 생태계 격차를 통해 싼 장비가 반드시 싼 칩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습니다.
⏱ 00:001. 칩 가격과 노광장비 독점 구조
⏱ 00:00최첨단 칩의 가격은 칩을 새기는 노광장비의 값과 그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의 수에 크게 좌우됩니다. 극자외선(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만 만들 수 있어 가격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2023년 일본 캐논은 빛 대신 도장을 찍듯 회로를 새기는 나노임프린트 장비를 내놓으며 가격이 한 자릿수 낮고 전력 소모도 크게 적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양산 라인 문턱에서 미끄러졌고, 원인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 하나가 지목됩니다.

⏱ 01:152. 파장 경쟁과 EUV 장비의 탄생
⏱ 01:151980년대 노광장비 시장은 니콘과 캐논이 70% 이상을 나눠 가졌고 ASML은 신생 업체였습니다. 노광에서 빛의 파장은 붓의 굵기와 같아서 업계는 436nm, 248nm, 193nm로 점점 짧은 파장을 찾아왔습니다. 157nm 파장이 렌즈 재료 문제로 막히자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워 193nm 빛으로 더 미세하게 그리는 액침 노광이 등장했고, 이를 빠르게 받아들인 ASML이 시장 점유율을 뒤집었습니다. 이후 13.5nm 극자외선은 공기와 유리에 흡수되어 진공과 반사 거울이 필요했고, 주석 방울에 레이저를 두 번 쏘아 플라스마를 만드는 복잡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ASML은 약 20년의 개발 끝에 2019년 무렵 양산에 들어갔고, 인텔, 삼성전자, TSMC가 지분 투자로 개발비를 함께 부담했습니다.

⏱ 04:583. 도장 방식 나노임프린트의 원리와 캐논의 선택
⏱ 04:58EUV 장비는 가격도 전력도 막대해 첨단 칩을 만들려면 사실상 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캐논은 같은 빛의 경주로는 역전이 어렵다고 보고 경기 종목을 바꿔 나노임프린트(NIL)를 택했습니다. 회로 무늬를 새긴 판을 웨이퍼 위 액체 수지에 눌러 찍고 자외선으로 굳힌 뒤 떼어내는 방식입니다. 축소 투영을 하는 노광과 달리 1대1 크기로 찍기 때문에 렌즈의 수차나 빛의 회절 문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중반 학계에서 처음 제기됐고, 캐논은 2014년 미국 몰레큘러임프린츠를 인수해 연구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현 키오시아)와 다이니폰인쇄가 합류해 장비, 판, 칩 고객이 한 팀을 이루었습니다.

⏱ 07:384. 2023년 장비 발표와 도입 시도
⏱ 07:382023년 가을 캐논은 FPA-1200NGC를 공개하며 최소 14nm 선폭 패턴으로 5nm급 칩을 만들 수 있고, 판을 다듬으면 2nm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가격이 ASML 장비보다 한 자릿수 낮을 것이라고 말하자 시장은 장비 대체 가능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공식 가격표는 끝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은 반도체 장비 주권을 되찾을 기회라며 들떴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정에 시험 적용을 검토했다는 소식과 미국 텍사스의 전자 연구소에 첫 상용 장비가 출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키오시아도 3차원 낸드 양산 적용 목표를 꾸준히 밝혀 왔습니다.

⏱ 08:465. 먼지와 결함이 가로막은 양산 문턱
⏱ 08:46EUV는 빛으로 무늬를 그리기 때문에 마스크와 웨이퍼가 닿지 않고, 마스크에 펠리클이라는 보호막을 씌워 입자가 떨어져도 초점이 맞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나노임프린트는 판이 수지에 직접 닿아야 무늬가 옮겨지므로 이런 보호막을 씌울 방법이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판과 웨이퍼 사이의 좁은 틈에 입자 하나가 끼면 무늬가 뭉개지고 판 표면이 긁히며, 그 판을 계속 쓰면 수백에서 수천 개의 칩으로 결함이 번집니다. 수율로 계산하면 결함이 1cm²당 하나만 있어도 1cm² 칩의 정상품 비율은 37% 남짓으로 떨어집니다. 캐논과 키오시아는 결함에 관대한 낸드 플래시를 첫 무대로 골랐지만, 그 무대에서도 목표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알려졌습니다.

⏱ 13:016. 생산성, 총비용, 생태계 격차
⏱ 13:01ASML 장비는 시간당 웨이퍼 150장 이상을 처리하지만 임프린트는 누르고 기다리고 떼어내는 과정을 칩마다 반복해야 합니다. 여러 찍는 머리를 묶어도 같은 생산량을 맞추려면 장비가 여러 대 필요하고, 층과 층을 맞추는 정렬 오차도 문제가 됩니다. 반도체 회사가 따지는 것은 장비 가격보다 칩 하나를 만드는 총비용입니다. 판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원본 판을 전자빔으로 며칠씩 새겨야 하며, 검사, 웨이퍼 손실, 인력, 라인 중단 손실까지 더하면 계산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ASML 뒤에는 자이스의 광학, 레이저텍의 검사, JSR과 신에쓰 화학의 감광액 등 수천 개 협력사가 20년 넘게 쌓은 생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캐논 진영은 장비, 공정, 검사, 판 기술을 거의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증강현실 도파관이나 바이오칩처럼 수율 기준이 덜 까다로운 분야에서는 단순함과 저렴함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습니다.







